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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2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한 것은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찬식 청와대 민정수석과 합의한 결과라고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설명했다. 사전 물밑 협의를 바탕으로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찾아가 대법관 후보를 대면 제청해 온 그간의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을 택한 것은 일방적 통보가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취지다.
노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면 제청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건가’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질의에 “원래 (절차가) 서면 제청”이라며 “(제청 전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만나서 말씀을 나누고 그다음 절차는 서면으로 인사혁신처에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말씀드리면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면서 “(만남을) 요구했는데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서면 제청은) 청와대 민정수석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서면 제청을 누가 제안했냐’고 묻자 노 처장은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한 이후 서면으로 보내는데,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과 협의해서 서면 제청하는 방법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내겠다고 협의해서 냈다는 이야기냐’는 질문에는 “마지막 날 통보했다. 이렇게(손 부장판사로)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하며 대법관 후보 제청 절차가 지연되자 차선책으로 민정수석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다는 게 노 처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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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임명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
노 처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도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장 제청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협의를 해야 된다면, 나아가서 국회와도 협의를 해야만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하지 않는 셈이 돼서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하라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된다면 헌법에 (대법원장)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며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거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과 청와대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58·연수원 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하는 데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파행을 빚어 온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을 둘러싸고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 처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다”며 “협의는 했지만 합의는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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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론 불식 시도였나…7개월 만의 제청 단행
그럼에도 임명 제청을 단행한 건 탄핵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법관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대법원장 탄핵론을 꺼내들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법관 후임 제청을 즉각 하지 않고 헌정수호 차원의 탄핵을 피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송영길 후보 역시 지난 5일 당 대표가 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로 정청래 후보와 서영교 위원장 등 법사위원들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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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으로선 이번 제청으로 대법관 인선의 공을 청와대와 국회에 넘기면서 민주당이 주장해 온 주요 탄핵 사유는 해소된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고법판사는 “내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이유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선고 역시 탄핵 사유로 언급됐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재판사항으로 법관을 탄핵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대법관 자리를 오래 비워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강력한 빌미가 됐는데 이번 제청으로 우선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파를 위해 택한 ‘서면 제청’은 미묘한 긴장이 유지되던 청와대와 대법원 간 갈등이 격화하는 불쏘시개가 된 모양새다. 이날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사법농단’으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관습법적으로 대통령과 협의해 대법관을 제청해온 역사적 관례를 깬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이라며 “당장 나가거나 사과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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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후보 중 왜 손봉기 제청됐나
조 대법원장이 돌파구를 마련하며 4명의 후보 중 최종적으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선택한 것은 제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후보들을 순차적으로 소거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첫 대법관을 여성으로 하자는 .을 강조하며 대법관 후보로 김민기(55·연수원 26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순영(60·연수원 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역제안하며 관련 논의는 7개월간 공전했다.
이 사이 다른 변수도 생겼다. 윤성식 고법부장(58·연수원 24기) 은 지난 2월 무작위 추첨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으면서 임명이 어렵게 됐다. 2021년 3월부터 중앙선관위원을 겸하고 있는 박순영 고법판사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선거 관리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김민기 고법판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배경에는 김 고법판사의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인 .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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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국회에서 재판소원법이 통과되며 김 고법판사가 대법관이 될 경우 남편이 아내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기이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 고법부장은 “재판소원이 제기된다면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겠나. 합의 과정 등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양하는 게 낫다”고 했다.
교착 상태가 계속되자 법원행정처는 원.으로 돌아가 후보를 재추천받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노 처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후보 중 한 명에게 전화해 사퇴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나’라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 질문에 “추천된 4명에 대해 새로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불발됐다.
협상의 여지가 막힌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지로 남은 게 손봉기 부장판사였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손 부장판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로 법관 생활을 한 ‘향판(지역 법관)’이자 비서울대(고려대) 출신으로, 대법관의 다양성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선택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자인 이 대법관 역시 부산·창원·대구 등 지역에서 판사 생활을 한 향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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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국회에 넘어간 공…난항 겪을 듯
두 후보자가 실제로 대법관에 임명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하다. 우선 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해야 인사청문 과정이 시작된다. 통상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날로부터 1~2주 안팎에 임명동의안을 보내왔지만, 대통령이 언제까지 임명동의안을 송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다.
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국회 의결의 벽을 넘어야 한다. 국회는 청문회를 거쳐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데, 2012년 김병화 당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며 자진사퇴로 이어졌다.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임명동의안 의결을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2023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본회의 단계에서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선례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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